✦ 여유로움 ¿
"난 불이 났대도 안 뛸 거예요. 이건 내 자존심이라구요."
입학 초의 체육시간, 고집스레 교복차림으로 나와 벤치에 앉은 유담은 입을 붕어마냥 내 빼고서 체육 선생과 긴 실랑이를 벌였다.
'수업 끝나면 교무실로 따라와!'
끝이 나지 않는 입씨름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어버린 선생님은 결국 유담을 빼고서 수업을 이어갔고, 그 결과, 선생님에게 버릇없이 군 벌로 교내봉사를 하게 되었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그녀의 자존심(?)은 지금까지도 지켜지고 있다.
"담이 넌 왜 뛰기 싫은거야?"
"느릴테니까."
난 최고로 빨리 어른이 될거거든. 그녀는 여유를 즐긴다기엔 조급한 소릴하며 풍선껌을 크게 불었다. 파앙, 하고 터져버린 딸기향에 오밀한 입술이 온통 끈끈한 분홍이다. 그대로 두 입술이 붙어버린듯, 유담은 그렇게 아무런 말이 없었다.
✦ 질풍노도 ¿
"내가 그렇게 제멋대로 구나요?"
고집이 가득한 볼을 하고서 유담이 묻는다.
"글쎄, 담이는.. 정말 공부도 열심히 하고, 자율학습도 착실히 하는 착한 아이지만..."
나이 지긋한 선생님은 난감한 표정으로 뒷목을 쓸었다. 여기저기 드러난 꽃 분홍 브릿지, 거울이 반짝이는 키링이 더 무거운 스마트폰. 알록달록한 손톱이며 교무실에서도 당당한 실'외'화까지.
그래, 요즘은 자유화 시대니까.
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였지만 다시 한 번 흘끔, 그녀의 고집 담뿍한 얼굴을 보고선 한숨만 푸욱 쉰 선생님은 고개를 휘휘 흔들며 다시 입을 연다.
"담이는 자기가 틀리는 게 싫은가요?"
"그치만, 교과서도 늘 우리에게 옳은 사람이 되라고 하잖아요. 전 늘 옳고 싶어요."
"선생님은 담이가 가끔은 틀리길 바라요, 늘 옳은 사람은 아무것도 고칠 수 없으니까."
유담은 아주 작게 '너무 어렵네요' 라고 중얼이곤 인사를 꾸벅 하고 교무실을 나섰다.
날라리와 모범생의 경계, 제멋대로라기엔 나쁘지 않은 아이.
"선생님도 담이가 어렵네요..."
교무실 문이 닫히고 난 뒤, 선생님의 한숨섞인 한 마디에 고민이 가득하다.
✦ 이기주의자 ¿
"난 사람을 함부로 돕지 않기로 했어."
도덕시간이 끝나고 어깨를 으쓱인 유담이 툭 말을 뱉는다.
"야, 백유담. 넌 내가 절벽 끝에 매달려 있어도 안 뛸거냐?"
"응, 난 안 뛰어."
즉각적으로 튀어나온 반사적인 답에 싸하게 가라앉는 분위기. 농담을 던진 친구의 입가에서도 웃음기가 가신다.
"야, 넌 무슨 애가.. 그렇게 매정하냐?"
"...절벽에선 안 구해줄거지만, 네 인생을 망치려는 놈이 나타나면 내가 확실하게 끝장 내 줄게."
어느쪽이 더 현실성있는 도움이라고 생각해?
유담의 또랑한 목소리에 친구도 실없이 웃고만다.
"그래, 법전으로 싸우는 히어로란거지?"
이렇게 유담은 가끔 깜짝 놀랄만큼 정 없이 굴고는 했다. 정 없음이 깜짝 놀랄 일임은 즉슨, 평소의 유담은 아주 붙임성이 좋고 베풂이 익숙한 사람이란 것. 아마 그녀와 조금 가깝게 지내던 사람이라면 백이면 백 이렇게 말할 것 이다.
"그런데 그거 알아 백유담? 넌 내가 절벽끝에 있을 때 제일 먼저 뛰어올 것 같은 애야."
✦ 3월 15일생
[죽음도 아깝지 않을 독당근/오렌지 문스톤/의심의 라임나무]
✦ 취미
[컬러링북 마음대로 칠해버리기]
✦ LIKE :: 풍선껌, 스티커, 매운 음식, 치수가 한참 큰 운동화
✦ HATE :: 체육, 타피오카, 토마토 , 세상의 모든 흉악범죄
[ 도 우리 ] 내기친구. 요즘에는 '두리'라는 돼지 저금통에 내기에 진 사람이 500원씩 넣는 내기를 하고 있다.
거울 케이스 휴대폰
판박이 풍선껌 (6개입)
보유 아이템